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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답사기

일본 여행 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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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편 총각때 쓴 일본 여행 기록인데 촌놈 출세 했다고 생각이 든다. ㅋㅋ

‘내일 서울 간다! 일찍 깨워요!’ 새벽같이 버스 타고 상경한다고 전날 부모님께 엄포를 놓았는데, 우리 엄마 새벽 시장 갔다 오고 게으른 자식 놈 깨우려고 여태 기다리다 겨우 깨웠는데 늑장인 아들 보고 아빠가 ‘욱’하셨다. 걸어서 진주 시내까지 가라는 말을 몇 번을 되풀이하셨지만 그래도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작스러운 폭염 덕에 새벽에 일찍 나가 논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 철없는 아들 때문에 마냥 기다리다 한 낮 더위에 일하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겨우 서울에 상경해서 중국유학중인 오랜만에 귀국한 친구를 만났다. 비행시간은 저녁 7시쯤 되니까 시간이 충분하기도 하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도 만나기 어려운데 하물며 타국에 사는 친구 만나는 것은 더 힘든 것이기에 짧은 시간이지만 점심 함께 하자고 한 것이 바로 이날인 것이다. 그녀는 예전의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 같이 만나서 서점에 들러 일본 역사책을 샀다. 일본 여행인데 이 나라 대해 아는 것은 그다지 없다. 우리와의 나쁜 역사적 관계 빼고는. 적어도 여행하기 전 그 나라의 역사적 배경을 알고 여행하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Modern이다. 대부분 내가 다니는 여행은 자연과 사람에 대한 주제였다면 이번에는 인간 중심의 기술문명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서점에서 나와 점심을 같이 했다. 메뉴는 물론 한국식이다. 다른 나라 가기전에 앞으로 며칠 동안 제대로 음식도 먹지 못할 것인데 많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내년 초쯤 결혼한다는 그녀 걱정이 많은 것 같다. 아기를 잉태하는 것과 시댁에서 생활 그리고 잠시지만 지금 하고 있는 학업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는 것이지만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함께 산다는 것은 힘든 것이다. 서로의 이해와 인내하면서 산다는 것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총각이 뭘 알겠냐마는 다수년의 룸메이트 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나만의 지혜라고 할까?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신부의 관점과 신랑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 나에겐 신선했다. 결혼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고 부럽다. 근데 난 언제쯤이면 결혼을 하게 될까?

 

그녀는 고향인 해남으로 향하고 난 삼성역에 잠깐 들려서 교환도 하고 선물도 샀다. 시호가 인삼차를 좋아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다른 것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토모히로에게 줄 선물도 같은 것으로. 새로운 친구를 대비해 선물 하나를 더 챙겨두었다. 사실 백화점에는 내가 원하는 선물이 그리 많지 않다. 차라리 인사동에 가서 핸드폰 고리라도 여러 개 사서 두루 주면 다다익선인데 말이다.

 

공항으로 왔다. 시간이 한 두시간 남았다. 2년만에 다시 찾은 김포공항이다. 공항은 많이 변해있었다. 영화관도 생기고 쇼핑센터도 크게 생겨 지루하게 기다리는 여행객의 발길을 돌리게 한다. 나도 시계를 준비 못한 관계로 가장 싼 시계 하나 샀다. 지금도 그 시계 잘 사용하고 있다. 원래 김포공황은 국내선 전용인데 일본의 하네다 공황과 김포공항은 직선 항로가 있어서 도코로 가는 여행객에게는 편리하다. 버스를 타지않고 지하철로 바로 연결 되어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일본 기처럼 빨개진 내 얼굴을 하네다 공항에 심었다. 얼마전 한비야의 책을 읽고 기내에서 즐겁게 여행하는 법 중에서 기내에서 몇시간 동안 앉아 있으면 지루하기 때문에 깊은 잡을 위해서 와인 한잔을 마시고 자면 금방 도착한다는 말에 한병을 금새 들이 켰는데 내얼굴이 완전 홍당무다. 하긴 두시간 밖에 안걸리는데 왠 술? 토모히로가 나를 보자마자 짐짓 놀란 표정이다. ‘What happened?’라고 물어 본다. 6년만에 처음 보는 토모히로의 첫 인사가 그렇다.

 

토모히로는 많이 변해 있었다. 없던 근육도 생기고 늘 공부벌레 학생처럼 긴머리에 두꺼운 안경이 그의 나의 마지막 이미지인데 지금은 머리를 단정하게 짜르고 위로 올려서 세련되어 보인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생겼을 것이고 그런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한다. 갑작스런 방문이지만 언제나 환영하는 그녀석이 난 참 좋다. 운좋게도 그의 회사 계약기간이 7월 말이라는 것과 내 휴가 기간이 8월 초에 있다는 것이 절묘한 타이밍과 그동안 쌓인 그리움으로생각없이 항공티켓을 샀었다.

 

하네다 공항을 빠져나와 모노레일을 타고 지하철을 수십번 갈아타고 도착하니 11시30분이었다. 하네다 공항에서 9시 30분에 출발했으니 지하철로 대략 2시간 거리에 있는 토모히로 집에 도착했다. 이렇게 먼 거리에 있는 줄 알았다면 도쿄 가까이 여관에 잡을 것을 하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함께 생긴다. 나를 픽업하기 위해 2시간이나 여기까지 와주는 그의 우정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도쿄 지하철은 거미줄처럼 복잡하다. 어느 레일은 지하철이고 어느것은 기차라고 한다. ‘Are we going to take another subway?’ 라고 묻자 ‘No, we will take next train.’라고 대답하는 것을 보면 지하철과 기차가 분명 다른다는 것인데 지하철 지도를 봐도 내겐 그게 그거다.

 

모노레일을 타고 지나가는 도쿄의 밤풍경은 시원하다. 화려한 네온사인의 불빛이 아니라 적당하게 검소한 거리와 빌딩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현란하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는 그러나 어둠에 저항하지 않은 고층건물과 간판들이라고 표현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서울을 겉다보면 화려한 색깔의 광고와 어지럽게 걸려진 가게들의 광고판을 보면 혈액형 ‘A’형의 관점에서는 도저히 묵고할수 없는 풍경인데 여기는 너무나 정리가 잘되었고 어느 유명한 서점에 가지런히 정렬된 책을 보는 것 같다.

 

토모히로 집으로 오는 골목길은 단아했다. 저멀리 보름달이 걸려져 있었다. 그 빛에 반사되 은은히 밀려오는 골목길 풍경이 참 좋았다. 일본도 집값이 비싸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렇냐고 하니까 너무 비싸서 결혼은 어케 할것인지 참 고민이 많단다. ‘IT’S A WORLD TREND’라고 하니까 그말에 당장 수긍을 한다.

 

장장 8시간의 긴 여행을 마치고 토모의 집에 도착했다. 집은 참 아담하다. 2층집 주택인데 2층은 그의 동생과 함께 쓰고 부모님을 일층에서 거주한다. 원래 누나가 있는데 독일인과 결혼해서 지금독일에 있어서 지금은 방하나가 남는다고 한다. 그래도 그 방은 비워둔단다. 다음에 누나가 오면 여전히 그 방을 쓸수있게 배려도 해두었다.

 

내가 막 도착했을 때 토모 아버지가 도착했다. ‘Why is he so late?’ 라고 묻자 원래 이 시간대에 들어 온다고 한다. ‘work too much’라고 하니까 아버지 일하는 곳이 월급이 넉넉하지 않아 직장을 두군데 다닌다고 한다. 그래야만 집안일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불 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 국민의 근면성은 세계적으로 알아 주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또 한번 체험하게 된다. 하긴 우리 아버지도 일요일 한번 없이 논에 가셔서 일하신 분인데 다를바가 없다. 이젠 일을 손을 놓고 남은 여생을 여유롭게 살아가는데 자식으로서 바람이지만 딱히 그 자식놈 돈 잘벌어 주는 것도 아니고 용돈도 제대로 드리지도 못하는데 쉬라고 감히 말씀도 못드린다. 전후 세대의 우리 아버님들이 살아오신 인생을 가끔 들을 때 마다 늘 존경스럽다.

 

어머님은 몸이 편찮으셔서 일찍 주무시고 동생 사찌꼬는 반갑게 인사해 주었다. 물론 교과서 영어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통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으로 외국인 친구들이 가끔 집으로 초대하는데 그때마다 집안은 초 비상이다. 어머니는 말씀 못해서 한국말로 다하고 – 가끔 답답하다고 욕도하신다- 대충 행동으로 밀어 붙이면 친구들 금방 알아차리고 오케인 한다. 우리 누나나 동생도 마찬가지로 겨우 몇자 영어하면서 웰컴하는데 그래도 그 나라 문화 관심가지고 물어 보는 것이 고맙다. 이런것이 세계화가 아닐까? 좀더 이해하고 관심의 노력말이다.

 

‘Third prize!’라고 손까락을 내 보인다. 무슨 말하는 것이지 몰라 재차 묻자 상장을 내 코앞에 내 놓는다. 세계 기능 올림픽 대회가 서울에서 열렸는데 그곳에 참가해서 3위를 했단다. 아마 직물과 관련된 기능 올림픽대회인 것 같다. 그리곤 내 패션이 어떠냐고 묻자 간단하게 두마디로 일축해 버린다. ‘SO SO’ 이것 내가 원하는 답은 그게 아닌데 예의도 모르나? 속으로 그러지만 뭐 내 패션 스타일이 어디 바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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