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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답사기

아시아 싱가포르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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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사는 맛이야

진환이가 수영장을 점프하며 외치는 소리다. 어제 잠깐 센토사 섬에서 본 돌고래쇼보다 더 멋진 진환이 쇼가 지금 펼쳐지고 있다.

풍덩! 이야호! 오예!하며 연신 기쁨의 탄성을 지른다. 호텔 바깥쪽 수영장에서 진환이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게 천국 천국이야! 다시 첨벙하고 민서 엄마는 두 딸과 함께 사진 찍느라고 바쁘다. 

진환이 노는 모습이 너무 즐겁다. 

민서와 서영이는 예쁜 수영복을 입고 그 녀석과 물장난을 치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싱가폴 여행은 시작되었다.

 

<321>

긴장과 설레임을 안고 아버지의 첫 해외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교차하며 둘째 누나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고 근교에 있는 유명한 순두부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 후 돌아오는 길, 어둠이 저만큼 내려오고 길게 뻗은 메타쉐콰이어 나무도 어둠의 땅끝으로 밀려 올 때, 뒤 좌석에 앉아있던 심심하셨던지 어머니께서 누나에게 아들 타령을 하신다.

 

영아 여행 갔다 오면 꼬치 달린 동생 하나 낳아 달라고 캐라! 알았제!

꼬치 달린 남동생 낳아주세요! 캐라 알았제?

서영이가 답한다.

싫어요! 혜성이 있어서 필요 없어요! 혜성이는 엄마 동생 아들이야.'

그래도 혜성이는 나중에 커모 같이 안 놀아 줄낀데..  친 남동생은 네랑 놀아 줄끼다 그러니까 꼬치 달린 남동생 낳아 주세요 캐라 알았제!

진환이가 한마디 툭 던진다.

남자, 별로 좋은 것 아니에요. 포경 수술하면 얼마나 아픈데요. 전 남자 싫어요

모두들 진환이의 쐐기 박은 말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여권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다. 한 명이 책임지고 가지고 다니는 게 좋지만, 실제 공항 입국이나 출국 수속을 밟으면 개인수속절차를 따르기 때문에, 한 명이 책임 지고 관리하기엔 번거로운 것 같아 각자 맡기로 했다. 누나는 민서랑 서영이랑 함께 하면 될 것이고, 부모님도 알아서 할 것 같은데 진환이가 걱정이 되었다. 혹시 해외 여행 다니면서 잊어버리지 안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맡겨두기로 했다.

 

새벽 3에 일어나서 익산에서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9 출발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을 향했다. 공항 도착 후, 발권을 하기 위해서 전자티켓을 제시하고 여권을 찾는데 진환이 여권만 없었다. 여권이 없으면 출국 수속을 할 수 없고 진환이는 갈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진환이 가방을 뒤지고 내 와이프 가방을 뒤졌는데도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사실 어제 밤 짐을 챙길 때 와이프에게 진환이 여권을 받아두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후로는 기억에 사라져 버렸다. 괜스레 주은에게 추긍을 했다. 남 탓 할 것이 아닌데- 만약 여권이 집에 있다면. 그동안 계획했던 것이 한순가에 사라져 버리는 절박함이 내 목으로 치밀어 올랐다. 그런데 진환이 허리 가방 안쪽에 주모니속에 여권이 보이지 않는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내 손으로 그 여권을 진환이 가방에 넣어 둔 것이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렇게 내 와이프에게 원망의 목소리를 했으니 내 얼굴이 빨개졌지만 그것보다 우리 함께 갈수 있다는 안도감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나중에 비행기 타서 와이프가 원망의 말을 했다.

 

한번만 더 그렇게 화내면 같이 안 살지도 몰라! 알았어요!

근데 그 말에 확답을 하지 못했다. 왜나면 노력은 하겠지만, 나도 내 마음속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모르니까. 더 미안한 것은 배속에 있는 우리 딸이다. 미안 뿡순아!

 

이 사건을 이후로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물건 각자가 책임 지기로 했다. 아직도 초등학생인 진환에게는 힘든 여정일지라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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