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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답사기

아시아 싱가포르 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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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2일

 

그렇게 싱가포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랐다. 대한민국을 당신 생애 처음 떠나 보는 아버지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지금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기대에 차 있는 것 같다. 기대감도 있고 낯설은 곳에 대한 신비감 같은 것 말이다.

황홀한 파란 하늘은 감상하며 신기해 하는 눈치다. 아침 기내식이 나왔다. 서양식이다. 쇠고기 햄과 바게트가 인데, 혀끝으로 오는 버터 같은 느끼함을 어찌 모를 수 있을까? 적어도 나도 그랬으니까. 아버지를 포함해서 같이 먹던 식구들도 입만 대고 포크를 내려 놓는다. 난 열나 맛나게 먹었다. 물론 내 마누라도 잘 먹었다. 내가 시드니에서 교육을 잘 시킨 보람이 있다. 근데 아직 양고기는 도를 통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진환이는 신이 났다. 혼자 음료수도 시키고 벌써 기내좌석에 붙어 있는 게임기능을 익혀 게임을 하고 있다. 6시간의 긴 비행기간 동안 진환이는 비행기타는 것이 참 즐겁단다.

‘삼촌, 비행기 타는 것 너무 재미 있어요! 신나 죽겠어요!’

하긴 신나지 않는게 무엇이겠는가?

그러면서 민서랑 서영이랑 말벗도 되어주고 어떻게 게임을 하는지 설명도 열심이다. 화장실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니, 혼자서 하늘에 엉덩이를 벌리고 똥을 쌌다고 자랑한다. 마침 주은이가 그 뒤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렸는데 그 녀석의 냄새 때문에 다음 사람에게 양보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일본에 갔다온 경험이 있어서 조금 여유롭다. 기내식도 조금씩 드시고 화장실도 왔다갔다하시고 엄마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진작 그렇게 해드리지 못한 것이 죄송 할 뿐이다.

누나는 두 딸 먹이고 보채면서 겨우 먹이고 있다. 내가 비행기 중앙에 앉고 누나는 창가에 앉았는데 민서랑 서영이는 여전히 밥 투정이다. 힘들 여정을 예고했다. 이제 겨우 5,6살 밖에 되지 않았으니 투정부리고 새침한 행동이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러나 누나의 교육을 두 딸도 막지 못 할 것을 잘안다. 대한민국 아줌마가 괜히 생긴게 아니기에.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세관을 통과하기 위해 기다리는데 이 더운 열기와 갑작스런 인파로 아버지는 경상도 진주 스타일의 불평이 가득하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다.’

아버지는 10분을 못 참고 한국과 비교를 한다. 그래서 아버지는 1달러다.

사실 여행 중 그 나라에 대해 불평을 하면 1달러씩 벌금을 내기로 했는데, 역시나 아버지가 일 순위다. 그렇게 따지면 인천공항에서 여권 문제로 내가 제일 먼저 벌금을 물어야 할 것이다.

창이 공항을 나와 호텔로 가는 버스를 가기 위해 Singapore stopper hover라는 카운터를 갔다. 모두들 오랜 비행기로 피곤한 모양이다. 아버지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 나며 불평이 멈추지를 않는다. 또 1달러다. 그 돈 다 모아서 나중에 돌아갈 때 선물이나 사야겠다.

잠깐의 발권을 위한 행정 절차를 밟고 버스를 탔다. 여기는 영국식 문화와 비슷해서 운전석이 오른쪽이다.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나왔는데 울창한 나무와 길 옆에 가지런히 피어 있는 꽃을 보며 어머니는 ‘어머, 저 봐라 꽃이다. 너무 좋다!’ 라며 탄성을 지르신다.

역시 어머니도 여자다. 진작 같이 여행을 같이 갈걸 하며 이렇게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부모님의 인내에 감사할 뿐이다. 그러고 보면 아들은 어머니의 존재에 여자라는 존재를 모르고 사는 것 같다.

진환에게 바깥 풍경을 디카로 찍어 보라고 하니까 ‘예써!’ 하며, 디카를 들고 왔다 갔다 하며 풍경을 찍는다. 지나가는 파란색 소나타 택시를 보며 ‘현대차’라고 외치며 반가운 소리를 낸다. Comfort라는 싱가폴 택시가 꽤 규모 있는 회사인데 이번에 현대차로 많이 수입을 한 모양이다. 대부분 디젤 소나타를 많이 보였다.

호텔에 도착했다. 여행 준비할 때 이용자 후기가 평판이 좋지가 않아서 그렇게 기대하지 안았는데 앞으로 수영장도 있고 로비는 그럴 싸 해 보였다. 몇 번 동안 체크인을 하고 조용하고 경치가 좋은 방으로 해달라고 했는데, 조금은 우리나라 오래된 모텔 수준이었는데 자는데는 크게 부담을 없을 것 같았다. 특히 flyer 와 esplanade가 바로 보여서 야경은 멋진 풍경을 자아냈다. 좀더 근사한 곳으로 안내해 주고 싶었지만 내 주머니 사정으로는 힘들 것 같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모두들 큰 불평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여정을 풀고 호텔로 올라 오다 한국 식당을 보았다. 기내 음식이 맞지 않아 힘들어 하신 아버지 보자마자 한국식당으로 가자고 재촉 하신다. 여행에서 배고픈것 만큼 서러운 것이 없는데 더욱이 아버지는 감기와 함께 싱가포르에 와서 더 힘들거라는 생각에 한국 식당에서 된장찌개로 배부르게 먹고 다시 호텔로 왔다.

일정이 짧은 관계로 긴 비행으로 피곤하지만 일정을 강행하기로 했다. 원래는 센토사 섬으로 가기로 했지만 그곳은 낮에 가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아 밤에만 관람이 가능한 NIGHT SAFARI로 가기로 했다. 아버지는 벌써 피곤하신지 호텔에서 쉬기로 하고, 우리는 처음으로 타보는 지하철을 타고 ANG MO KIO 역까지 가고 다시 30분을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지하철까지 갔다. 저녁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가는구나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출퇴근 사람들이었다. 근데 생각보다 가는 길이 멀어서 애들이 모두 피곤해 보였다. 그렇게 활달하던 진환이도 버스에서 잠을 잘 정도면 모두 오랜 비행기와 더위로 지치지 않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나이트 사파리에 도착해서 어둑한 공원으로 들어갔다. 걸어 가면 3시간이 이상이 걸린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가면 혼자서 그렇게 해보고 싶지만 모두들 지친 상태라 그렇게 할 수 없어서 트램을 타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여행책자를 하나 받았는데 50%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 여행경비를 많이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우리가 이용한 SIA HOLIDAYS 는 입장료는 공원에 따라 많게는 50%에서 10%까지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것을 이용하면 저렴하게 여행경비를 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민서는 졸려서 이미 잠자는 공주가 되었다. 껌순이 서영이는 엄마의 등에 바짝 달라 붙어 있다. 어두 컴컴한 달빛아래- 둥근 달이 보인다- 모든 소리를 줄이고 남의 담벼락을 넘듯 몰래 훔쳐보는 기분으로 아주 천천히 트램은 움직인다. 주위 풀벌레도 쉬 하며 조용히 하는 분위기다. 단지 트램의 바퀴 구르는 소리, 새들의 울음소리와 달빛에 빛나는 무성한 낙엽들만 우리를 감돌고 있다.

트램 가이드가 내 옆에서 귀에 대고 얘기하듯 설명해주고 있다. 처음에 노루 같은 것이 나왔는데 어떻게 자지도 않고 야생의 형태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까 정말 신기했다. 마치 내가 노루 사는 곳을 몰래 훔쳐보는 기분은 정말 상쾌했다. 특히 100kg 이상 되는 great hippo를 보았을 때는 그 크기에 압도 되기도 하고 금방이라도 듬벼들까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모두들 나이트 사파리를 보고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고 신나 했다. 호텔로 돌아와 우리가 오늘 본 것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이 뭐야? 라는 질문에 민서의 말이 과간이다.

‘민서는 어느 곳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잘 모르겠어요. 몸은 피곤하고 잠은 오는데, 제 왼쪽의 엄마는 이쪽으로 보라 카고 오른쪽 할머니는 저쪽으로 보라고 하니까 어디를 봐야 할지 정말 헷갈렸어요!’

라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우리의 첫날 하루는 그렇게 달빛아래로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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