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4일>
‘삼촌 벌써 일어났어요!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할머니 할아버지랑 커피 마셨어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커피맛이 기가 막히다 해서 엄마 줄려고 몰래 두 개 숨켜 두었어요! 잘했죠!’ 진환이가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오늘은 싱가폴 마지막 날이라 아침 일찍 부모님께 더 보여 드리고 싶어서 포트 캐닝 공원을 걸었다. 늙은 공원에 울창한 숲을 생각했는데 중턱에 자리한 싱가포르 식수원이 있어서 인지 경사지게 나무들이 조성되어 있었고 편안한 의자들이 있었지만 조금 답답하다는 생각을 햇다.
아침에 공원 한 바퀴를 돌고 호텔에 와서 어디를 갈지 고민했다. 일정대로라면 싱가포르 식물원에 들러고 오후에는 다운타운을 가는 것이었지만 어제밤 센토사에서 많은 고생을 한탓에 애들은 감기기운도 있고 해서, 편안하고 가까운 곳에 가기로 했다. 주롱 새 공원도 좋겠지만 지리적으로 멀고 지하철 타고 다시 버스를 탈 것 같아서 차마 그곳에 가자 고는 말할 수 없었다. 가까운 장난감 박물관도 있었고 멀리는 자연 과학 박물관을 갈까 하다 애들의 편의를 생각해서 싱가포르 식물원으로 결정했다.
아침 식사를 느긋하게 하고 이제는 익숙한 지하철을 타고 식물원을 향했다. 지하철역에서 10분 거리인데 택시를 타고 입구까지 갔다. 입구 들어서자 여러 가지 나무들이 정원처럼 들어서 있고 시내가 앞으로 뻗어 나가 있는데 그 사이로 비단 잉어들이 아기자기 놀고 있었다. 애들이 무척 반가운 모양이다. 공원을 둘러 보는데 겨우내 앙상한 가지만 보다가 시원하게 뻗어 나가 있는 열대 나무들을 보자 꽃에 약한 어머니 너무 좋다고 탄성을 지르신다.
스완 호수를 지나 천천히 걷고 걸어서 생강 가든을 들르니 그곳에 인공으로 조성된 폭포가 있었다. 날씨가 참 후덥 지근 했는데 오랜만에 시원한 물줄기를 보니 나부터 쉬어 가고 싶었다. 모두들 사진도 찍고 쉬었다가 한참을 올라가니 난초가든이 보였다. 솔직히 이곳은 유료입장이라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화장실 건너에 보이는 꽃들이 너무 예뻐서 그냥 지나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 하필이면 화장실 입구쪽에 난초정원 출구가 있을께 뭐람!
어른은 3달러씩 내고 어린이는 무료 입장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모두들 같이 사진찍자고 난리가 아니다. 우리가 익숙한 동양란 보다는 서양란이 더 많은 것 같다. 이곳에 노무현 꽃도 있고 배용준 꽃도 있다고 했는데 그것 찾기에는 너무 크고, 싱가포르 식물원에 오는데 너무 많이 걸어서 모두들 벌써 지쳐 있었다. 할 수 없이 대충 훑어 보고 식사를 하기 위해 그 유명한 점보 레스토랑으로 택시를 이용했다.
점보는 바다요리가 유명한 레스토랑인데 웨이터와 약간의 대화 소통에 문제가 있어서 불쾌감을 들었는데,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까 더 화가 났다. 앉을 때부터 테이블에 땅콩이 나와 있었는데 이것도 비용첨부가 되어 있어서 다시 물어 보니 싱가포르는 원래 그런 식으로 비용을 첨부 시킨다고 한다.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기에 화가 많이 났다. 싱가포르를 여행할 때 요리 주문을 시키면 반드시 어느 것에 charge 가 붙는지 반드시 확인 해야 하고 계산을 할때도 비용이 얼마 들었는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주문한 칠리 크랩은 맛있었다. 약간 토마토 소스에 매콤한 맥시칸 양념 치킨을 먹는 기분이라고 할까? 진환이가 오른쪽 제일 큰 집게를 한 숟가락 툭 떼어 한숨에 삼키면서 한마디 한다. ‘요우! 빅! 맛있다’. 혼자 다 먹고 다음 요리가 오기도 전에 이미 아픈 발은 사라지고 강가 구경하러 간다고 나가버린다. 진환이가 발이 아픈 이유는 딱 한다. 배 고플때.
싱가폴 식물원에 있을 때부터 발 뒷꿈치가 계속 아프다고 엄살을 계속 부려서 정말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배고파서 그랬단다. 이 녀석 나중에 연극 배우 시켜도 잘할 것 같다. 나중에 일찍 호텔에 들어가서 수영장에 갔을 때 그 아팠던 발뒤꿈치는 어디로 갔는지 어제 본 돌고래 쑈가 아닌 진짜 진환이 쇼를 보았다
‘요우!! 삼촌 이것이 인생 사는 맛이에요! 너무 좋아요! 한국가면 이런 것 없는데 어떡해요! 아! 속상해 요우!’ 한다.
돌고래쇼를 보고 나와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줄을 오랫동안 설 것 같아서 잠깐 해변가에 앉았는데 나와 진환이는 건너편 섬마을을 보기 위해 함께 갔다. 그곳이 위치상 싱가포르 최 남단이라고 한다. 남한 해남을 최남단이라고 하는데 이곳의 최 남단은 참 작다. 그곳 섬을 가기 위해서는 줄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야 했다. 마침 서양 어린이 몇 명이 수영복을 입고 지나가자 진환이가 감탄을 한다. ‘요~~우’
클락퀴에서 점심을 먹고 주변을 잠시 둘러보다 차이나 타운을 보려고 하는데 민서와 서영이가 많이 아파서 호텔에 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가 따로 모셔 가기로 하고 먼저 호텔로 보냈다. 지하철을 잘 탈수 있을까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지하철을 편히 탈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하라고 했다.
택시 잡는데 잠깐 시간이 걸렸지만 차이나 타운을 구경하러 갔다. 그러나 골목길은 좁고 어디가 차이나 타운인지 입간판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겨우 해대다 기념품들과 옷가게들이 즐비한 마치 우리의 남대문 같은 곳을 지나왔다. 어머니는 무엇을 살지 몰라서 허둥대가 힌두사원이 있는곳까지 왔다가 사진을 찍었다. 개인적으로 세계 여러 차이나 타운을 둘러보았지만 이렇게 작은 차이나 타운은 처음 본다. 차라리 리틀 인도를 갈 것을 하는 이런 후회가 들었다. 하루 일정을 다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수영장에서 진환이 쇼를 보아야 했다.
비록 많이 간 곳도 없고 그렇게 볼 것이 많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도시지만 이번 여행은 여운이 참 많이 남는 추억이었다. 애들과 함께 간 것도 그렇고 부모님과 함께 해외여행을 한 것을 생각하면 내 마음에 축복이 쌓이는 것 같다. 다만 우리 꼬마 신사 숙녀들에게 너무 힘든 여정이 아니었는지 다시 내 자신에게 반성해보기도 하고 좀더 편하고 여유로운 여행이 될 수 있게 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고생이 나중에 더 좋은 추억이 되어 다시 얘기할 수 있다면 이 여행의 의미는 다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 작은 누나는 두 딸을 더 많이 더 높은 곳을 보여주기 위해 그 먼 타향에서 때로는 등을 업고 때로는 보채는 것을 달래며 힘겹게 다니는 모습은 잊지 못 할 것 이다. 다음에 두 딸이 커서 그런 엄마의 마음의 이해해 주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우리 마누라는 임신까지 했는데 불평 없이 함께 해준 것이 감사하다. 그래도 제일 고마운 분은 아무래도 아버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감기 몸살까지 오셨는데 지친 몸을 이끌고 같이 여행하면서 평소와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다른 여행을 기약하며 가족 싱가포르 여행을 마치고자 한다. 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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