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3일>
커튼을 열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래된 교회가 저 멀리 보이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저 멀리 Esplanade는 햇살아래 빛나고 있었다. 싱가포르 첫 밤은 이렇게 늦게 시작되고 있었다. 어제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서는 조금 느긋하게 아침을 시작하기로 했다.
조식은 호텔 라운지에서 먹기도 되어있다. 4층에 있는 된장찌개를 사먹어도 되지만 인생의 한번뿐인 이색적인 경험도하고, 어차피 호텔 비용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먹어야 한다고 아버지께 일러 주었다. 아침부터 빵을 드시는 것은 아버지 일생에 처음 일거다. 온갖 주름이 얼굴 사이로 짜증이라는 글자를 그리는 것만 같았다. 애들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그래도 난 모르척 맛나게 먹었다. 역시 난 아침에 빵이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김치랑 밥의 고마움을 알게 되리라.
다행히 주은이는 작년에 호주에서 호된 경험을 한 뒤 이제는 조금 느긋하게 무엇을 먹고 먹지 말아야 할지 아는 것 같다. 민서랑 같이 돌아 다니며 하나씩 주워 담는 것 같다. 중국계 사람들이 많아 보이고 한국인도 간혹 보인다. 그런데 그들이 먹는 종류는 하나하나 틀리다.
솔직히 혼자 여행 같으면 옆 테이블에 가서 인사도 하고 어디서 왔냐고 여행 정보도 얻고 싶었지만 대가족이 오고 하나씩 설명해주고 하니까 그럴 여력이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많았던 용기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입에 떨어지지도 않는다.
호텔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센토사 역으로 향했다. 어제 나이트 사파리에서 다시 돌아오는 구간은 민서는 누나가 업고 서영이는 엄마가 업고 해서 돌아왔다. 싱가폴의 지하철은 깊고 에스컬레이터는 빠르게 움직여서 노약자가 이동하기에는 힘들다. 더욱 힘든 것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기 때문에 앉기도 불편해서 애들 업고 다니기엔 다소 버겁다.
하버프런트에서 센토사 섬에 가기 위해서는 케이블 카와 익스프레스의 두가지 교통통로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익스프래스를 타기로 했다. 하버프런트에 있는 비보 시티에 위치한 전망대 같은 곳을 갔는데, 건축물과 조경이 참 미끄럽게 잘 구성되어 있었다. 하얀색 건물과 산호와 물결을 표현한 유선형의 건축 공간은 내가 바다가 아니어도 여기가 바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예쁘게 꾸민 아이스 크림 가게에서 아이스 크림을 먹고 조금 쉬었다가 센토사 섬에 있는 임반역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나오면 머라이언이 바로 보이고 아래로 펼쳐지는 수려한 꽃들은 마치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머 저 꽃 봐라! 너무 좋네. 이게 다 꽃이가. 일본 갔을 때 보다 더 좋은 것 같다! 이리 좋은데 안 올라 캐! 어머 이 꽃봐라’
연신 기쁨의 소리를 질러 대신다. 덩달아 나도 기분 좋아진다.
진환이는 활기가 넘친다. 머라이언에서 사진 찍는 시간을 갖고 찍고 가자고 했다. 각자 알아서 사진을 찍기로 하고 찰칵 한다. 아버지도 여기가 마음에 드시는지 사진 찍자는 소리에 불평 없이 바로 사진 자리에 위치한다.
전망대까지는 편하게 에스컬레이트로 올라가는데 그 주변에 심어 놓은 정원이 참 아름다웠다.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서 그 꽃들을 구경하고 싶은데 갈 길이 멀고 시간도 부족할 것 같아서 너무 아쉬움이 남았다.
전망대에 올라와서 images of Singapore 앞에 펼쳐진 꽃과 건축은 정말 아름다웠다. 마치 우리가 동화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빨갛고 파난 색깔의 영국식 건물과 뒤로 시원하게 펼쳐진 야자수 그리고 정원에 꽃들이 만발하다. 마치 스머프 나라에 온 느낌이 들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SKY TOWER는 높은 곳을 올라가 전경을 보는 곳이라고 단순히 생각했는데 자이로처럼 사람이 타워라운지에 들어가 있으면 그것 자체가 빙빙 돌면서 정상까지 올라가서 싱가폴 전경을 회전하면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난 고소공포(?)가 있어서 타지 않았지만 우리 마누라는 신이 난 모양이다.
SKY TOWER에서 나와 씨월드로 가기 위해 블루 버스를 탔다. 다행히 블루 버스를 탈때는 공짜란다. 하긴 여기 들어오기 전에 인당 20불씩 입장료를 냈으니까 공짜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싱가폴은 무역회의나 컨퍼런스 그리고 관광이 주요 산업이어서 어디를 가던지 공짜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블루라인을 타고 씨월드를 도착했는데 모두를 배가 고픈 모양이다. 급조로 햄버거를 시켰는데 우리가 흔히 먹는 롯데리아나 맥도날드 햄거버에서 파는 햄버거가 아니었다. 야채는 없고 고기와 치즈 그리고 그 위에 놓여진 빵을 아버지께 건냈더니 당연히 ‘노’라고 하신다. 이렇게 되면 아버지는 하루 종일 굶게 되실텐데..
진환에게 좋은 교육이 될 것 같아 물 두병이 사오라고 10달러를 주면서 거스름 돈까지 받아 오라고 했다. ‘�써!’라고 눈깜 할 사이에 화장실 사이로 지나 가는게 아닌가. 그곳이 아니고 반대 방향이라고 하니까 겨우 자판대 상점으로 찾아 간다. 줄을 한참 기다리다 우렁차게 주문한다. ‘Two water please!’ ‘OK!’ 라며 물병 두병을 건네다 부리나케 삼촌에게 달려온다. 거스름돈은? 하고 묻자’그건 깜빡했어요’한다.
씨월드는 생각보다 작았다. 아마 내가 미국이나 호주에서 본 그런 씨월드로 착각한 모양이다. 물론 해저 터널은 생각보단 신기 했지만 좁고 크게 볼 것이 없었다. 민서랑 서영이는 벌써 코엑스 해저터널을 본 기억이 있어서인가 그렇게 큰 감동을 없다고 한다. 다소 좁고 직접 고기를 만지게는 했으나 해저 터널을 지나고 기념품 상점이 더 크게 보인다.
씨월드를 가게 되면 돌고래 쑈를 보게 되어 있어서 여유롭게 둘러 보려다 돌고래 쑈 하는 곳에 먼저 도착해서 조금 쉬기로 했다. 도착하니 한 시간 먼저 도착했는데 주변은 해변가라 같이 놀고 싶었지만 마침 지역 주민들의 행사로 해변 주변이 분주했다.
한참을 쉬고 기다리다 본 돌고래 쇼는 나와 주은에게는 볼품없는 쇼였다. 늙은 돌고래 두마리 점프만 하고 그것으로 끝이 났다. 호주에서 본 씨월드는 스토리가 있고 감동이 있고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칠 정도로 재미있었는데 이번 것은 너무 성의가 없는 같아 아쉬움이 컸다.
비록 꼬마들에게는 신기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임반역으로 다시 돌아와 멀라이언 뒤쪽으로 갔는데 그곳이 비치역으로 향하는 곳이었다. 뱀형상을 한 분수들이 늘어져 있는데 형형 색깔로 잘 조성되었고 물줄기가 마치 고기가 뛰는 것처럼 만들어 져 있어서 아이들이 쉬기에는 좋은 공간인 것 같았다. 피곤에 지친 아이들도 마냥 좋은지 물도 만져보고 그런다.
센토사를 빠져 나와 비보 시티에서 저녁 과 점심을 먹기로 했다. 물론 FOOD COURT 에 가서 아버지와 어머니께는 한국 음식을 시켜 먹게 하고 다른 분들에게는 각국의 음식을 먹어보라고 권유했는데 누나는 태국 음식인 국수와 파인애플 볶음밥을 시켜 먹고 주은이와 진환이는 일본 음식인 돈까스를 시켜 먹었는데 호텔에 돌아오자 마자 신라면을 꺼내 먹는 것을 보면 맛이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난 내가 좋아하는 타이완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집안 사람들은 나보고 입이 까다롭다고 하지만 난 국제적인 입인 것을 이번에 확실히 각인 시켜 주었다. 중국 음식 드실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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